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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 지난 2012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시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연로한 상인을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가게 집기들을 바닥에 던지는 무수한 폭력이 반복됐다. 시장은 작년 8월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후 상인들은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농성장에서 생활하며 투쟁하고 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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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삼엄해진 용산… 주민들은 "불편", 상인들 "…" 분위기 '모호'

집무실 인근 주민들 "시끄러워 죽겠다" 주위 경찰 늘어 삼엄해진 분위기 전장연 대표 "(금지 유지는) 오히려 공안사회로 가는 길" 상인들 "다 집값 때문이지, 피해는 없어"

대장동 개발사업 언론중재법 논란 뉴데일리 여론조사 건국대통령 이승만 특종

입력 2022-05-24 16:22 | 수정 2022-05-24 16:22

▲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 1인 시위 참가자가 집무실을 보고 있다. ⓒ서영준 기자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6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집무실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친다. 주위 경찰들의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을 보고 익숙한 광경임을 깨달았다. 1~2분간 욕이란 욕을 다 퍼붓던 남자는 제 풀에 지쳤는지 가로등에 기대앉아 숨을 골랐다.

도로 위를 가득 메운 차들, 경찰복을 입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30명 남짓한 경찰, 1인시위 참가자들과 그들 뒤에 빽빽히 붙어 있는 피켓과 현수막들이 24일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 풍경이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피켓을 찍어대자 한 경찰관이 다가와 "뭐 하시는 분인가요?"라고 물었다. 명함을 보여주며 기자라는 신분을 밝히자 의심의 눈초리를 거뒀다. 반대편으로 가니 다른 경찰관이 같은 질문을 했다.

청와대 시대에도 그랬지만 대통령집무실과 관저 앞 집회·시위는 사전에 금지하려는 경찰과 집회의 자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늘 다툼의 소재였다. 용산 대통령집무실 역시 경찰과 시민단체 측 사이에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해석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였다.

경찰은 그러나 대통령집무실도 '관저'에 포함해야 한다며 집무실 100m 이내에 신청한 각종 집회·시위를 사전에 금지하고 있다. 법원에 낸 본안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금지 통고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23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며 경찰 지도, 경찰 강제권을 적절히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 통고 원칙을 유지하겠다"면서 "1심 판결이 나오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최종 결정을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24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 앞에 피켓·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서영준 기자

집무실과 불과 50m도 떨어지지 않은 주택에 사는 60대 여성 김모 씨는 "저희는 조용히 살다가 솔직히 말해서 시끄럽다"며 "(집무실 앞 집회 시위를 허용한) 판사들이 여기 와서 살아봤으면 다른 상인 복사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박정인
외식 프랜차이즈 종로상회 대표

삼겹살은 주점 화로에 둘러 앉아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면서 가장 흔히 구워먹는 서민 음식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 한 조각을 상추쌈으로 한 입 가득 물면 입 안에 배어 나오는 육즙과 고기의 부드러운 감칠맛에 하루의 피로가 싹 달아나곤 한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다른 상인 복사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가히 ‘국민고기’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삼겹살 때문에 대한민국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국민들이 지나치게 삼겹살을 편애하는 까닭이다. 최근 정부에서 여름철 삼겹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5만 톤이나 되는 수입 삼겹살을 무관세로 들여오겠다고 발표하자 양돈농가들이 펄쩍 뛰고 있다. 값싼 수입 삼겹살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 국산 삼겹살의 입지가 그만큼 좁아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수입 삼겹살은 국산 삼겹살 가격의 2분의 1에 불과하다. 수입산이 싼 것은 그렇다고 해도 국산 삼겹살이 왜 이렇게 비싼가를 따져봐야 한다.

국산 삼겹살이 비싼 것은 삼겹살 그 자체보다도 돼지고기 시장의 소비 불균형 때문이다. 돼지고기의 소비 불균형은 삼겹살 부위가 다른 돼지고기 부위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팔려나가면서 야기된다. 그러다 보니 수요가 많은 삼겹살은 없어서 못 파는데 비해 수요가 적은 다른 부위는 폐기처분해야 할 지경이다. 따라서 다른 부위의 돼지고기에서 밑지는 부분을 삼겹살에서 이익을 충분히 남겨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 삼겹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삼겹살은 전체 돼지부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야 15% 내외다. 삼겹살을 얻기 위해 마냥 돼지를 잡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자 맛이 조금 덜 하더라도 값싼 수입 삼겹살을 먹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삼겹살 수입조치를 대놓고 비난할 수만도 없는 입장이다. 사실 삼겹살은 처음부터 맛있는 부위는 아니었다. 삼겹살을 가장 맛있는 살코기 부위로 둔갑시킨 것은 장사수완이 좋기로 유명한 개성상인들이었다고 한다. 살코기와 비계가 교차하도록 육질을 개량한 뒤 이를 비싸게 팔았던 것이다.

하지만 삼겹살은 다른 돼지고기 부위보다 맛은 뛰어나지만 지방 함량도 훨씬 높아서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비만의 원인이 된다. 채식주의자들이 삼겹살을 비만의 원흉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적당히 섭취하면 건강에 그리 해될 건 없다.

국산 돼지 생고기만을 취급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종로상회 대표로서 그동안 삼겹살을 메뉴에 따로 포함시키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메뉴를 개편하면서 삼겹살 메뉴를 내놓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들이 주로 삼겹살을 찾는다는 가맹점들의 호소를 더 이상 못 들은 척 할 순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삼겹살 가격을 높게 책정하진 않았다. 수입산 보다 맛과 신선도,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훨씬 탁월한 국산 돼지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많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정부와 양돈 관련 단체에서 삼겹살을 제외한 돼지고기 부위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내는 모양이다. 국민들을 상대로 다양한 요리 개발과 각종 돼지고기 판촉 이벤트를 벌이고 있지만 한 번 삼겹살 사랑에 빠진 국민들의 의식을 돌려놓는 데는 역부족인 것 같다.

피해액 최소 300억 이상, 전주 전통시장 상인들 ‘피눈물’

폰트사이즈작게

전주의 전통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한 수백억원대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시중보다 높은 이자를 주겠다는 대부업체에 속은 상인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피해액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 300억대 대부업 사기피해 관련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소인들은 전주의 한 대부업체 직원들로, 대표가 회삿돈 300억원을 가지고 잠적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부업체는 전주의 전통시장인 중앙시장과 모래내시장 상인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피해자들도 대부분 상인들이다.

대부업체는 전통시장을 순회하며 1000만원을 투자하면 월 40만원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상인들을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이자에 끌린 상인 상당수가 투자를 진행했고 피해액만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인은 “실제 이자가 들어오고 평소 안면도 있어 믿었다”며 “형제,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5000만원 이상 투자했는데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상인은 “전주 중앙시장에서만 100명 이상 투자했다”며 “상인들 사이에서는 300억 이상의 피해를 봤다고 한다. 일부 상인들은 대부업체 직원을 상대로 고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접수된 고소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잠적했다는 대표에 대한 추적도 진행하고 있다”며 “고소 사건은 지방청에서 진행하고, 상인들의 대부업체 직원 고소 등 추가 사안은 각 경찰서에서 수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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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생선가게 상인이 육교 위에서 먹고 자는 이유

[기획연재] 코로나19시대, 싸우는 사람들의 안부를 묻다 ③
자본의 욕망에 일터를 빼앗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수협은 지난 2012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시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연로한 상인을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가게 집기들을 바닥에 던지는 무수한 폭력이 반복됐다. 시장은 작년 8월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후 상인들은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농성장에서 생활하며 투쟁하고 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수협은 지난 2012년부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시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연로한 상인을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가게 집기들을 바닥에 던지는 무수한 폭력이 반복됐다. 시장은 작년 8월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이후 상인들은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농성장에서 생활하며 투쟁하고 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예전에 재수해서 대학에 간 친구가 그랬다. 노량진역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짠 내가 확 풍기면 “아, 이제 공부해야 하는구나” 했다고. 이젠 노량진역에서 짠 내를 맡을 수 없다. 수협은 지난 2012년부터 현대화 사업에 착수했다. 시장 강제 철거 과정에서 연로한 상인을 끌어내 내동댕이치고 가게 집기들을 바닥에 던지는 무수한 폭력이 반복됐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작년 8월에 완전히 허물어졌다.

평균 연령 60~70대인 상인 80여 명은 노량진역 1, 2번 출구 앞에 생존을 위한 노점상을, 육교 위에는 농성장을 만들었다. 상인들은 장사와 투쟁을 함께 이어갔다. 그러나 채 6개월도 안 돼, 코로나19가 들이닥쳤다.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노점상과 농성장이 철거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투쟁도 투쟁이지만 생존이 문제다. 노점상에서 생존에 필요한 돈과 투쟁 기금을 마련하는데, 노점상이 철거되면 상인들에게는 생계 수단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상인들은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조심스럽게 노점상과 농성장을 지키고 있었다.

새벽에 천 명의 용역과 포크레인이 몰려와 노점상을 부순 건 올해 2월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강조되기 시작했을 때다. 동작구청은 2월 21일 새벽 3시, 사설 용역 400명, 경찰 400명, 구청 직원 100명을 동원해 상인들을 끌어내고 노점상을 부쉈다. 노점상이 있던 자리엔 화분이 놓였다. 화분에는 “이 화분은 도로 미관을 위해 동작구청에서 설치한 화분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동절기 강제 철거 금지 조항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조차 가난한 사람을 쫓아내려는 힘 앞에선 별 다른 상인 복사 소용이 없었다.

시장 개설자이자 관리자인 서울시도, 운영자인 수협도, 관할 지자체인 동작구청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상인들은 코로나19까지 겹쳐 이중 삼중고를 겪으면서,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농성장을 마련했다. 줄지은 텐트 농성장을 지나 다리 끝으로 가면 황무지가 된 구시장이 내려다보인다. 상인들은 반 세기 동안 매일 먹고 자고 했던 터전을 바라보며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농성장 안에는 우산, 옷걸이, 약재, 화장지, 주전자 등 세간 살림이 있다. 농성장 필수품인 파카도 걸려 있다. 비닐로 만들어진 농성장은 쉽게 찢어졌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농성장 안에는 우산, 옷걸이, 약재, 화장지, 주전자 등 세간 살림이 있다. 농성장 필수품인 파카도 걸려 있다. 비닐로 만들어진 농성장은 쉽게 찢어졌고, 그 사이로 바람이 들어온다.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농성장에 있으면 노량진역 열차 지나가는 소리가 가까이 들린다. 덜커덩덜커덩 소리가 날 때면 농성장이 있는 육교까지 진동이 전해져 온다. 옆에 있는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바람도 문제다. 비닐을 겹쳐 바람을 막는다고 막아 놨지만, 비닐이 추위까지 막아내긴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다른 상인 복사 때문에 집회나 시위를 멈추고 농성장만 지킨 지 거의 1년이 다 돼 간다. 이런 상황에, 겨울이 오고 있다.

- “노량진역 화장실에서 씻으며 농성장 지키고 있다”

투쟁 중인 상인들은 반 세기가량을 장사하며 노량진이란 지역의 상권과 문화를 형성해온 사람들이다. A수산과 B수산 상인 모두 노량진수산시장에서 30년 넘게 장사했다. 다른 곳에선 30년 운영했다고 하면 ‘원조’ 소리를 듣지만 노량진에서 30년이면 거의 막내 뻘이다.

A수산 상인 ㄱ 씨가 일하던 가게는 원래 시어머니와 남편이 운영하던 곳이었다. 남편 몸이 안 좋아지자 ㄱ 씨는 시어머니의 부름을 받고 가게 일을 시작했다. 시어머니로부터 가게를 물려받은 후에는 여동생과 함께 A수산을 일궈왔다.

B수산 상인 ㄴ 씨는 당시 남자에게 많이 지어주던 이름을 갖고 있다. 여자에게 남자 이름을 지어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 때문에 갖게 된 이름이다. ㄴ 씨는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게 싫었다. 그래서 가게 이름을 여자 이름으로 지었다. 그곳에서 모시, 바지락, 꼬막 등을 팔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여성 상인들은 현재 조를 나눠 농성장에서 숙식하고 있다. 씻는 건 노량진역 화장실에서 한다.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시나 수협은 끄떡도 안 한다. 코로나19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농성장에서 확진자 안 나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후부터 활동을 일절 못 했으니까. 요 근래 좀 풀어져서 그나마 다행인데, 그래도 아직은 활동을 못 하고 있는 현실이 좀 그래요. 일단은 다른 상인 복사 사람이 모이질 못하니까. ” (A수산 상인)

“인원이 많으면 안 되니까, 사회적 거리두기 해야 해서 A조랑 B조를 나눠서 이렇게 있었어요. 한 조에는 한 스무 명 정도 있고. 텐트에서 자고, 식사도 여기서 하고. 간단하게 씻는 건 노량진역 화장실에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그래도 노량진역 화장실이 가까워서 많이 힘든 건 없어요.” (B수산 다른 상인 복사 상인)

“코로나 없을 때는 우리 모두 여기 24시간 살다시피 했지. A조, B조 나뉘어 있으니까 옛날처럼 우리가 잘 안 뭉쳐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있지만 워낙 단결이 잘 돼 있어서 그런 건 없어요.” (A수산 상인)

“근데 장사를 못하는 건 코로나나 아니나 똑같아. 동작구청이나 서울시나 수협이나 끄떡도 안 하는 것도 똑같고. 누구 하나 코로나 걸리면 안 돼서 그게 조심스럽지. 만약 한 사람이라도 여기서 코로나 걸리면 여기 완전 폐쇄되니까. 아직까지는 여기서 한 명도 코로나 안 걸려서 그게 얼마나 다행이야.” (B수산 상인)

농성장에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저 멀리 63빌딩과 LG트윈타워가 보인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농성장에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저 멀리 63빌딩과 LG트윈타워가 보인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 “사회적 거리두기 하라더니”… 용역 천 명 데려와 노점상 철거

상인들은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이 있었던 지난 2월을 기억하기도 어렵다. 옥바라지선교센터에서 농성장에 방문해 강제 철거의 폭력을 이야기하고 서로 보듬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이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며 “말해 뭐 해. ”라고 말했다.

농성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안 되기 때문에 상인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조심하고 있었는데 공권력 천 명은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가난한 사람에겐 거리 두기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이.

“그때 코로나 바이러스라면서 정부에서도 그러고, TV에서도 그러고 난리 났었잖아요. 사람들 모이면 안 된다고 집회도 다 못하게 하고. 그래서 우리는 조심했는데, 자기네는 정작 몇백 명 용역 데리고 오고. 여기 광장, 도로까지 사람들이 몰려서 빈틈이 없었어요. 사람 다른 상인 복사 빼곡하게 있었는데 확진자 나올까 봐 무서운 거야. 여기 상인들 다 어르신들이잖아. 다행히 확진자는 안 나왔지만. ” (B수산 상인)

“그 일 있고 나서 우리가 그런 얘기 많이 했어.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하라고 난리를 치면서 정작 동작구청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아니라 사람들을 다 붙여 놨으니까. 경찰도 오고 동작구청이 데리고 온 용역들, 구청 직원도 다 왔잖아. 그때 정말. 낮도 아니고 새벽 3시에. ” (A수산 상인)

- “투쟁하느라 강산 변해… 서울시는 이제라도 해결해야”

수협은 구시장의 50년 역사를 없애고 월세는 두 배 비싼데 면적은 두 배 좁은 신시장을 지어 놨다. 구시장 상인들은 협의 없이 현대화 사업을 밀어붙인 수협에 저항하며 구시장 다른 상인 복사 땅과 신시장 사이에서 장사하기를 원하고 있다.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아래 농안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개설자이자 관리자다. 하지만 시장이 수협 소유라며 이 문제에서 손 놓고 있다. 농안법 위반이자 직무유기다. 상인들은 서울시가 이제라도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개설자가 서울시예요. 개설자가 관리도 하고 감독도 해야 하는데 박원순 시장이 전혀 안 했어요. 우리가 면담 요청해도 만나주지 않았어요.” (B수산 상인)

“지금 만 6년째 투쟁 중이에요. 요즘은 강산이 5년이면 변한다는데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1년이 지났는데 정부도 그렇고 서울시도 그렇고 아무도 나서지 않아요. 이런 큰 도시에서 대규모로 투쟁하고 있는데 전혀 신경을 안 써요. 수협이 자본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거대한 권력인데 우리 상인들은 다 서민이고 너무 힘이 없으니까, 우리를 이렇게 방치하고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건지. 견디기 힘들고 많이 분노하고 있어요.” (A수산 상인)

“구시장 일부를 존치해 달라고 주장했는데 시장이 없어졌지. 신시장은 죽어도 못 들어가. 안 들어가. 상인들이 장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어요.” (B수산 상인)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그린 내가 일했던 가게 그림. 다양한 생선을 사려고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상인들은 그때를 떠올리며 까르르 웃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그린 내가 일했던 가게 그림. 다양한 생선을 사려고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상인들은 그때를 떠올리며 까르르 웃었다. 사진 박김형준 작가

상인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수십 년을 일한 가게, 지금은 다시 일하고 싶은 자신의 가게를 그렸다. 처음엔 너무 오랜만에 크레파스를 잡다보니 다들 쑥스러워했지만 이내 간판 색깔, 가게 풍경 등을 기억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상인이 줄지어 서 있는 손님을 그렸다. 다른 상인이 그 그림을 보더니 저 집에 손님 엄청 많다며 까르르 웃었다.

가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소망은 다른 게 아니다. 성실하게 일해서 가족들 먹여 살리는 것, 땅과 건물을 가진 사람에 의해 별안간 쫓겨나지 않는 것, 노동의 공간이자 생존의 공간인 일터를 지키는 것. 별다른 거 없지만 절실한 소망을 실현하기 위해 상인들은 오늘도 육교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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